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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국열차 vs 기생충 (계급 비교)

by ssongtrang 2025.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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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국열차 관련 사진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 그 이상입니다. 설국열차와 기생충은 서로 다른 장르, 다른 배경,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그 중심에는 같은 질문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왜 나뉘어 있는가?”, 그리고 “그 벽은 넘을 수 있는가?”

설국열차는 SF 세계관을 기반으로, 인류 최후의 생존자들이 탄 열차 안에서의 계급투쟁을 그립니다. 반면 기생충은 현대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을 배경으로 계급 간의 미묘하고 잔혹한 갈등을 섬세하게 조명합니다. 두 영화 모두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으며, 봉준호 감독의 사회에 대한 시선을 집약한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두 작품이 계급 문제를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차이와 공통점을 가지는지 심층적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설국열차의 계급 구조 해석

설국열차는 2013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첫 영어권 영화로, 프랑스 그래픽노블 원작으로 하며, 냉전적인 세계관을 배경으로 합니다. 인류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인공 냉각제 실험의 실패로 전 지구가 얼어붙는 재앙을 맞이합니다. 이 상황 속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가 탑승한 열차 ‘설국열차’는 계속해서 지구를 순환하며 생존을 이어갑니다.

열차의 구조는 계급 구조 그 자체입니다. 앞칸은 상류층, 중간칸은 중산층 혹은 실무진, 꼬리칸은 빈민층으로 나뉘어 있으며, 꼬리칸 사람들은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들에게 제공되는 것은 정체불명의 단백질 블록 음식뿐이고, 이동과 말, 사생활조차 철저히 통제받습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공간의 이동이 곧 계급 상승을 의미한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커티스와 꼬리칸 사람들은 혁명을 일으켜 앞칸으로 나아가며, 칸마다 각기 다른 시스템과 문화를 마주합니다. 한 칸 한 칸이 새로운 사회를 상징하며, 교육, 종교, 치안, 향락 등 현대 사회의 축소판처럼 배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영화 후반, 설계자 ‘윌포드’와의 대면 장면은 충격적입니다. 그는 이 구조가 균형을 위해 고안된 것이라며, 모든 혼란과 혁명조차 시스템 내의 일부라고 말합니다. 즉, 아래가 있어야 위가 존재할 수 있고, 질서 유지를 위해 희생은 필수적이라는 신념은, 자본주의 사회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합니다.

더 나아가 영화는 꼬리칸 어린아이들을 앞칸의 열차 부품으로 ‘활용’하는 설정을 통해, 약자의 착취와 노동력의 희생이 상류층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근간임을 은유합니다. 이는 현실 사회에서 노동 착취, 아동 노동,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구조적 폭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면입니다.

설국열차는 물리적인 공간 안에서 계급을 시각화하고, 이를 파괴하려는 시도를 그리지만, 결국 주인공이 열차 밖으로 나가며 완전한 체제 전복을 암시하며 끝이 납니다. 계급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탈출이 아닌가 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기생충의 계급 표현 방식

기생충은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함께 세계 영화계를 뒤흔든 작품입니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불평등을 풍자와 비극의 형태로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기택 가족은 반지하방에 살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을 살아갑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외부 풍경은 절망과 쓰레기뿐입니다. 반면 박 사장 가족은 언덕 위 고급 주택에서 고요하고 쾌적한 삶을 영위합니다. 이 두 공간의 높이 차이는 단순한 건축 구조가 아니라, 사회적 위치와 심리적 거리를 상징합니다.

영화는 계급 갈등을 은유적이면서도 냉정하게 그립니다. 박 사장 가족에게 기택 가족은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필요할 때만 ‘고용’하는 존재입니다. 그들의 냄새,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다르다’는 이유로 불쾌함의 대상이 됩니다. 특히 영화 후반 박 사장이 ‘냄새’에 대해 표현할 때 드러나는 무의식적 계급혐오는, 현대 사회에서의 단절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영화는 위계적 공간 배치를 통해 계급을 표현합니다. 지하실은 과거의 하인 문광과 근세가 숨어 지내는 장소이며, 진짜 ‘하층민’이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설정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계급의 존재를 상징합니다.

비 오는 날 침수된 반지하방과, 그 와중에도 평화롭게 캠핑 계획을 하는 박 사장 가족의 대비는 잊을 수 없는 장면입니다. 자연재해조차 계급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공존’이 아니라 ‘병존’이라는 현실을 드러냅니다.

기생충은 계급 이동을 시도하는 인물들의 실패를 통해, 계급 상승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냉혹한 현실을 그립니다. 영화의 마지막, 아들의 상상 속 독백은 실제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 뿐이며, 봉준호 감독은 이를 통해 현실의 벽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절실하게 보여줍니다.

설국열차와 기생충의 공통점과 차이점

두 영화는 계급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표현 방식과 메시지 전달은 확연히 다릅니다.

공통점부터 살펴보자면, 두 작품 모두 공간을 계급 표현의 핵심 장치로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 설국열차: 수평적 구조 – 꼬리칸 → 앞칸 (앞으로 이동할수록 상류층)
  • 기생충: 수직적 구조 – 반지하 → 언덕 위 (위로 올라갈수록 상류층)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영화적 장치가 아니라, 사회 계층의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강력한 은유입니다.

또한 두 영화 모두 계급 이동의 실패를 보여줍니다.

  • 설국열차: 혁명 실패 → 열차 붕괴 → 생존자 최소화
  • 기생충: 위장취업 성공 → 파국 → 죽음과 감금

즉, 계급 이동은 불가능하거나 대가를 수반하는 고통스러운 일로 그려집니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을 냉정하게 반영한 것으로, 이상적 희망이 아닌 현실적 경고에 가까운 메시지입니다.

그러나 두 영화의 차이점은 명확합니다. 설국열차는 장르적 특성상 메시지를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전달하며, 극단적 상황 속에서 체제 전복을 시도합니다. 반면 기생충은 일상 속 미묘한 불균형,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을 통해 관객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게 합니다.

  • 설국열차: 외부로부터의 통제, 극단적 계급
  • 기생충: 내부에서 발생하는 위계, 자연스러운 불평등

또 하나의 중요한 차이는 관객이 주체가 되는 방식입니다. 설국열차는 관객을 ‘외부 관찰자’로 두지만, 기생충은 우리가 누구인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박 사장일 수도 있고, 기택일 수도 있으며, 혹은 지하실의 근세일 수도 있다는 불편한 자각을 요구합니다.

이처럼 두 작품은 서로 다른 궤도를 걷고 있지만, 결국은 같은 종착점에서 만납니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구조’에 대한 성찰과 질문입니다.

설국열차는 혁명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지만 결국 모든 것이 무너지는 구조적 붕괴를 보여주며, 기생충은 희망조차 허상에 불과함을 드러내며 냉소적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 모두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지금 어느 칸에 있는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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